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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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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당히 평범하고 무의미한 하루였다. 
늦은 11시쯔음에 침대에서 눈을 뜨고 화장실에서 드림렌즈를 빼고 눈에 낀 눈곱들을 빼고 나서 
뻗친 머리와 부르튼 입술을 가지고 비몽사몽 하게 책상에 앉았다. 

오늘은 시험도, 일정도, 숙제도, 아무것도 없는 날이었다. 
그냥 집에서 밥을 먹고 편히 누워서 핸드폰이나 TV를 보면서 쉴 수도 있겠지만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당하게 
샤워를 하고 얼굴에 스킨들을 바르고, 머리를 세팅하고, 립밤을 바르고, 옷을 입고, 외출을 할 준비를 하였다. 

가방에는 내가 애정하는 맥북과 카메라를 넣었다. 
요즘은 도쿄 유학 생활에 푹 빠져 있어서 한국 생활에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그냥 시간은 버리는 느낌처럼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버리는 행동이 너무나 멍청하고 아깝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방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고? 아르바이트 자리가 잘 구해지지 않아서. 
영화관, 무인양품, 서점, 카페, 
정말 다양한 곳들에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연락은 정말 적게 왔다. 
정말 요즘 경제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잘 뽑지 않는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주저하고 있을 수는 없다. 떨어진 곳이라도 재지원을 해보고 
서류 열람조차 하지 않더라도 지원서에 최선의 정성을 담아 제출하고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인생이 이런 것일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바보 같고 의미 없는 짓을 반복하는 것. 
그렇다고 다른 해결법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인생은 참 재미없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이 순간, 
서울 강남에 카페에서 숨 쉬고 있다.

지금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여자가 있다. 
파란색 볼캡을 머리에 눌러쓰고 핸드폰을 충천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를 시키고 피곤한지 책상에 얼굴을 붙이고 짧은 쪽잠의 빠졌다. 
이렇게만 보면 내가 완전히 변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은 하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처음 본 사람에게 끌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연애를 하지 않은 기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여자라는 존재만 만나면 이유도 없이 설레는 것일까? 

둘 중 무엇이 정답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내 감점에 솔직해지고 싶다. 

내 이상형은 아마도 내 옆자리에 있는 여자가 아닐까 싶다. 
무뚝뚝하고, 자신에게 엄격하고, 감정 표현이 서툰,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면은 따뜻하고,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으며, 생각보다 인간적인 여자. 
어쩌면 내가 몇 년 동안 찾아 해 매고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도쿄에 가면 저렇게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름다운 사람을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에 계속 있어야지만 저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꼭 서울, 도쿄처럼 메이저시티에서만 저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인가? 
그것마저도 아니라면, 애초에 내가 죽기 전에 내 삶에서 저런 사람을 한 번이라도 만나서 직접 말을 걸어볼 수는 있을까?

아직은 모든 것들이 다 불확실한 상태이다. 
이 불확신들이 언젠가 곧 빠른 시일 내에 확신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내가 위와 비슷한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다면 나의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던 카메라, 핸드폰, 맥북, 이불. 
모든 것들과 내 이상형을 바꿀 수만 있다면 단 1초라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이런 생각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것이겠지.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변화해 가는 나 자신이 마냥 싫지많은 않다. 

이런 나도 은근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나의 이상형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에 대한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도와준 
내 옆자리의 사람에게 진심 어린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요즘은 거의 이런 생각들 뿐인 것 같다. 
나의 이상형, 나의 유튜브 채널. 

어쩌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것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연히 만난 손님과 우연히 눈이 맞아서 
쑥스러운 대화도 해보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그토록 아르바이트 탈락에 슬퍼하며, 
그토록 아르바이트 합격을 원하는 것이 아닌지 나 자신에게 질문해보고 싶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글자수나 형식은 없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무언의 압박이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더 집중하면서 최선과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 글을 써가는 것 같다. 
내 기분이나 감정과는 관계없이. 

요즘 들어 정말 많은 잡생각들과 고민들이 많다. 
군대, 연애, 아르바이트, 대학, 미래 등등 

몇 가지는 지금 당장, 또 다른 몇 가지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마구 뒤섞여있다. 
솔직히 계속 기다리는 것도 지친다. 
나도 최대한 빨리 모든 것들을 해결하고 싶다. 
근데 직접 해보니 그게 정말 쉽지 않은, 아니,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왜 군대를 두려워하는지, 연애는 왜 하고 싶은 건지, 대학은 왜 가고 싶은 건지, 도쿄는 왜 좋은 건지, 
돈은 왜 중요한지, 나의 의미는 무엇인지. 

정말 많은 생각들은 한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기 위해 매일매일 이곳을 찾는 것 같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제 대략 3개월 후에 나는 일본 도쿄토의 세타가야구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정말 많이 설렌다. 대학교에서 배경을 모르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던 공부를 하는 것. 
내가 너무나 원했던 곳에서 삶을 사는 것. 
뭐 하나 뺴먹을 것 없이 모든 것들이 설렌다. 

그럼에도 걱정은 계속 존재하고 있다. 
과연 내가 꿈꾸던 삶과 똑같을까? 
똑같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비슷하기는 할까?
와 같은 그나마 의미 있어 보이는 생각들과 

도쿄에서 여자 친구를 사귈 수는 있을까? 
나의 이상형을 만날 수는 있을까? 
그 이상형과 연애할 수는 있을까? 
군대를 가지 않을 수는 없을까? 와 같은
특이하고 철없는 생각들도 상당히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러한 무의미하고 의미한 생각들이 현재의 나에게는 모두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존재마저도 또 다른 불필요한 존재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 있으니. 
모두가 다 소중하고 아까운 존재들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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