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치 않습니다. ‘해운대에 북극곰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눈이 동그래지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이 책은 유쾌한 에세이집입니다. 해운대를 찾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서이자 정작 해운대에 살면서도 해운대를 모르는 우리를 위한 통쾌한 재발견 보고서입니다. 뻔한 관광 안내서는 아닙니다. 대신 오래된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콩트형 칼럼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입니다.
1월에 ‘제39회 북극곰 수영대회’가 열렸습니다. 예년보다 30%나 많은 ‘북극곰’들이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해운대엔 진짜 북극곰은 없지만, 그보다 더 용감한 인간 북극곰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유쾌한 상상력에서 출발했습니다.
‘해운대는 여름에만 가는 곳 아닌가요?’, ‘해운대 온천이 일본 온천과 다르다고요?’, ‘벡스코와 라스베이거스를 비교한다고요?’ 이 책 속 질문과 답변은 메들리처럼 경쾌하게 이어집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요. 부산 토박이도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될 이야기들이 촘촘히 숨어 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동백섬, 달맞이 고개, 장산, 해운대온천, 벡스코(BEXCO), 부산국제영화제(BIFF), 블루라인까지. 이 책은 관광지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대신 해운대를 읽는 새로운 좌표를 제시합니다. 하와이 와이키키와의 비교, 라스베이거스와의 컨벤션 도시 대조, 일본 온천과 다른 해운대온천의 체질 분석까지 짧고 경쾌한 글 속에 도시계획과 문화 인프라에 대한 통찰이 반짝입니다.
저자 박하 시인은 해운대 토박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해운대가 그를 ‘사실상 토박이’로 만들었습니다. 건축·도시공학을 전공한 그는 30년간 이 동네를 걸으며, 보고, 묻고, 기록했습니다. 그 사유의 흔적은 지역 격주간지 ‘해운대 라이프’에 2년간 연재된 글로 축적됐고,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묶였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한영 대역 구성이다. 외국인을 위한 해운대 안내서로 기획됐기 때문인데요. 저자는 “영어 실력은 초보자 수준입니다. 구글 번역기와 지인 영어 교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해운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원어민급”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운대에 북극곰이 산다고요?’는 해운대는 휴양지인가, 문화도시인가, 아니면 미래형 해양도시인가를 묻습니다. 이 책은 해운대를 ‘보는’ 책이 아니라 해운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북극곰처럼 차가운 바다를 박차고 나오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이제 해운대를 새로 읽을 시간을 갖어보는 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