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d7015

2025.01.04

반응형

성당을 다녀왔다.  평소 같았다면 내가 왜 성당을 가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꼭 가야할 것만 같았다. 가기 좋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몸이 거부하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참고 정말 오랜만에 성당 자리에 앉았다. 처음에 딱 자리에 앉고 나서 느꼈던 감정은 미사가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기억나는 것은 미사가 정말 지루하 정도로 길었다는 것. 실제 시간은 2시간이어도 몸으로 직접 느껴지는 것은 2배였다. 하지만 이 생각도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냥 멍하게 입을 벌리고 앞을 쳐다보니 그 생각은 나도 모르게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청년부 사람들을 따라서 미사를 지냈다. 처음에는 눈도 따금거리고 얼굴도 간지러워서 인상을 쓰고 안 쓰고를 계속 반복했다. 하지만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신부의 말들이 기억에 남았던 것도 아니고 청년부에 있던 사람들도 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 사람들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그렇지만 다음주 그리고 미래에도 성당에 가기 싫다. 억지로 끌려가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가기 싫다. 미사가 끝나고 감사하게도 청년부 회장을 비롯한 인원들이 나를 저녁 파티에 초대 해주었다. 피자와 스파게티가 있었다. 나는 저녁을 먹고 와서 그런건지 평소처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안 먹고 있는 모습도 이상하게 보일까 피자 한 조각을 접시 위에 올려두고 대략 2시간 동안 천천히 씹어 먹었다. 오늘은 느낀 것은 딱 2가지이다.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나와는 상반되게 음식에 대한 태도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음식들이 너무 소중해서 정말 맛있다 라는 말을 진정성있게 뱉었다. 나는 매일 아니 하루에 두 번씩 루틴처럼 먹었던 음식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나 소중하고 흔치 않은 기회라는 걸 느꼈다. 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라도 꼭 이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말을 걸어주시던 회장님과의 대화였다. 나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대화가 진행되었는데 내가 일본에 대학을 갈 예정이라고 말을 하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회장은 "일본 유학 좋죠. 근데 꼭 일본 유학을 가야지만 배울 수 있는 거에요? 좋겠다. 나도 일본 가보고 싶다."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랐다. 나는 정말 이 세상을 쉽게 봤고 쉽게 봤기 때문에 세상이 아름답고 일상이 아름답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 회장의 나이는 91년생. 물론 그 사람이 어렸을 때 부터 일본 유학을 목표로 삼아온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 대신 그 만큼 간절했던 소원이 있었을 것 같다. 그가 했던 말은 단순히 일본 유학이 부럽다 라는 느낌보다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어린 20살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감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큰 잘못을 하고 살아온건지 아니면 정말 당연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의 감사함이라도 느끼고 있는 건지. 오늘 그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군대 가지 전까지 최고로 누리다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한 번 했었다. 사실 지금도 가능만 하다면 그렇게 살다가 군대에 가고 싶다. 그렇지만 오늘 느꼈다. 군대에 가기 전에 군대보다는 덜 하지만 그것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고 군대에 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혹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반응형